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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조한 호텔방 임대주택 가보니.. “싼 모텔촌, 입지도 좋지 않아”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청년주택 '영하우스(왼쪽 건물)'의 골목. 영하우스를 중심으로 300m 길이의 1차선 골목에는 술집과 모텔 5개가 뒤섞여있다. /원우식 기자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청년주택 ‘영하우스(왼쪽 건물)’의 골목. 영하우스를 중심으로 300m 길이의 1차선 골목에는 술집과 모텔 5개가 뒤섞여있다. /원우식 기자

18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대로를 따라 200m 정도 걷다가 오른쪽 이면도로로 접어들었다. 술집과 모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곳 어느 식당이 가게 밖에 설치해놓은 테이블에선 노년 남성 3명이 낮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워댔다. 바로 이 골목길에 서울시가 호텔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영하우스’가 있었다.파워볼

영하우스는 작년까지 ‘베니키아’라는 이름의 호텔이었지만, 서울시가 사들여 이른바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만들었다. 월 소득이 도시근로자 3인 가구 기준 541만원 이하인 39세 이하 청년, 대학생,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이라고 서울시는 밝히고 있다. 서울시와 건물 소유주 측은 올 초부터 건물 내부 16~21㎡(5~6평)짜리 원룸을 한 칸에 보증금 5000만원 , 월세(관리비 포함) 50만원 수준에 빌려주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입주민들과 부동산 중개인들은 영하우스에 대해 “값싼 원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곳에 신혼집을 차리고싶은 부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호텔을 개조해 만든 청년 주택 ‘영하우스’ 내부.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왼쪽 창문 중 작은 쪽만 열 수 있다. /청년 주택 홈페이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동 호텔을 개조해 만든 청년 주택 ‘영하우스’ 내부.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왼쪽 창문 중 작은 쪽만 열 수 있다. /청년 주택 홈페이지

가장 큰 문제는 호텔을 개조해 집을 만든 데 따른 구조적 문제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히터만 사용할 수 있다. 창문도 원룸 한쪽 벽에 여닫이문 하나만 있어 환기도 잘 안 된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억지로 집어넣은 부엌도 문제다. 8월 입주한 신모(22)씨는 “한 구짜리 인덕션과 딱 내 어깨너비만한 조그만한 싱크대가 전부”라며 “라면 말고는 뭘 해먹을 수도 없다”고 했다.파워볼게임

입지 문제도 심각하다. 신씨는 “이름만 호텔이지 모텔촌에 사는 것”이라며 “길거리에는 담배 피우는 할아버지들, 버스정류장에는 노숙자들도 너무 많다. 직장을 오가고 마트와 편의점을 방문할 때 외에는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입주자인 프리랜서 박모(26)씨는 “인근보다 임대료가 월 5만~10만원쯤 싸다는 것 외에는 장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홍보한 ‘커뮤니티 센터’와 ‘헬스장’ 등 부대 시설도 유튜브 광고와는 달랐다. 이날 이곳의 커뮤니티 센터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빨간 줄로 막혀 있었다. 헬스장 역시 러닝머신과 사이클 기구 6개 외에는 운동기구가 2개뿐이라 ‘헬스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건물 관계자는 “수도관이 오래돼 일부 세대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들어와 상수도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은 “여기 살면서 결혼은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1년째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정모(31)씨는 “저렴한 호텔촌 입지가 대부분 먹자골목·싸구려 번화가 아니냐”며 “집이 두 배로 넓어진다고 해도,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예정한 사람이 호텔을 개조한 집에서 살 수는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감 동료 증언..”반성한 적 없어”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경찰관들이 공중화장실에서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와 안심 비상벨을 점검하고 있다. 안산시는 최근 군 경력자를 포함한 청원경찰 6명을 선발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경찰관들이 공중화장실에서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와 안심 비상벨을 점검하고 있다. 안산시는 최근 군 경력자를 포함한 청원경찰 6명을 선발했다. 연합뉴스,


아동 성폭행을 저지르고 다음달 출소하는 조두순이 수감생활 중에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왔다는 동료 재소자의 증언이 나왔다. 그는 출소 후 자신에게 벌어질 수 있는 보복을 상당히 두려워했고 하루 1000개씩 팔굽혀펴기를 하며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동행복권파워볼

사진의 글씨는 조두순과 함께 수감됐다 출소한 A씨가 지난해 4월 6일 개인 노트에 기록한 것이다.  A씨 제공
사진의 글씨는 조두순과 함께 수감됐다 출소한 A씨가 지난해 4월 6일 개인 노트에 기록한 것이다. A씨 제공


조두순과 함께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출소한 A씨는 18일 국민일보에 이같이 밝혔다. A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조두순은 동료 재소자들에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왔다. 조두순은 9사동(수용동) 독거실(독방)에 수용돼 있었고 하루 한 시간 운동을 할 때만 재소자 4~5명과 함께 있었다. 한 사동에는 보통 재소자 20명이 있고 A~D조로 나눠 돌아가며 운동을 했다. A씨는 운동시간에 조두순에게 범행을 반성하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술에 취해 기억도 안 나고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올해 68세인 조두순은 한 시간에 팔굽혀펴기를 1000개씩 하는 등 운동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1세트에 33개씩 35세트까지도 했다고 한다. 동료들이 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니 ‘출소 후 보복이나 테러를 당할까봐 걱정된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는 출소 후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질 경우 부인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며 걱정해 왔다고 한다. 교도관들에게도 이런 심경을 수차례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두순은 2018년 7월부터 포항교도소로 이송돼 심리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은 뒤 지난해 초쯤 다시 경북북부제1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포항교도소에 비해 경북북부제1교도소의 처우가 좋지 않다고 자주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독거실의 CCTV와 텔레비전에서 이상한 전파가 나온다며 동료 재소자들에게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배식량이 적다는 이유로 소란을 벌였다. 조두순은 “이걸 사람이 먹으라고 주는 거냐. 나만 적게 주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불만을 제기했고 교도소 측에서는 “다 똑같이 주는 건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다. 결국 당시 조두순은 12~15일 정도 11사동의 징벌방에 수용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징벌방에서는 개인 물품을 쓰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못한다. 조두순은 지난 1월에도 이런 불평을 해 교도소 주임이 달랬다고 한다.

그는 지난 7월 안산보호관찰소 심리상담 과정에서 “안산으로 돌아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범행을 반성한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추가로 진행된 상담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내가 보고 들은 기간 중에는 조두순이 범행을 반성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같은 사동에 있었던 오원춘은 매일 자신의 독거실에서 피해자를 위해 108배를 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관계자는 “재소자의 개인적인 수용 생활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경향신문]
‘우유 한 컵’ 때문이었다. 4월의 어느 저녁. 굳게 닫힌 문 뒤에서 다섯 살 하윤이(가명)는 아버지에게 맞아 쓰러졌다.

좋아하는 동물컵에 담긴 우유를 마시고 싶어서, 하윤이는 남동생과 다퉜다. 친모 A씨가 “같은 우유인데 그냥 먹으면 안 되냐”고 말할 때 계부가 귀가했다. 평소에도 감정 기복이 심했던 계부는 자신의 아들을 A씨가 차별한다고 오해했다. 계부는 화를 내며 A씨와 하윤이를 폭행했다.

하윤이를 때려 넘어뜨린 계부는 하윤이에게 성학대를 시도하려 했다. A씨는 계부에게 빼앗긴 휴대전화를 되찾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이후 조사과정에서 그동안 계부가 A씨 몰래 저질러 온 수많은 학대가 드러났다. 아이는 계부의 협박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계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년 3만~4만 건의 아동학대가 신고된다. 수만 명의 하윤이들이 지금도 닫힌 문 뒤에 있다. 아동학대 사건 보도는 공분을 일으키지만, 관심은 자극적 피해와 처벌에만 집중된다. 관심이 식을 때쯤이면 다른 학대가 보도된다. 패턴은 반복되고, 해결은 멀다.

가장 첫 단계로 돌아가보자. 끝없이 반복되는 학대의 고리에서도 최소한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동학대는 누군가의 신고로 처음 알려진다. 모든 신고가 해결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해결은 신고에서 시작됐다.

경향신문은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신고’에 집중했다. 신고자들의 결심과 고민, 신고 후에 벌어진 일들을 들었다. 신고자들의 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지역 등은 익명 처리했다.

아동학대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의 첫단추는 ‘신고’다. 아동학대는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함께 감시하고 예방·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아동학대를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것의 첫단추는 ‘신고’다. 아동학대는 가정사가 아니라 사회적 영역에서 모두 함께 감시하고 예방·해결해야 할 문제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아빠가 엄마를 죽일까봐” 아이는 학대를 참았다

하윤이의 친모 A씨는 신고를 후회하지 않는다. 하윤이를 학대한 계부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두 번째 이혼이 되겠지만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 신고할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프리랜서인 A씨는 일을 줄이고 치료시설과 수사기관, 법원 등을 바쁘게 오간다. 후회라면 아이가 힘들다는 것을 먼저 알아주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신고 이후에야 비로소 숨겨진 학대가 드러났다. 계부와 분리된 곳에서 하윤이가 입을 열었다. 상습범이었다. 계부는 숱하게 하윤이를 때리고 꼬집고, 성적으로 학대했다. A씨 앞에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학대는 주로 닫힌 방문 뒤에서 이뤄졌다. 하윤이는 말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말하면 엄마를 죽이겠다”는 계부의 협박이 무서웠다고 했다. 한 차례 부모의 이혼을 겪었기에, 말을 꺼내면 부모가 또 헤어질 것 같았다고 했다.

다행히 하윤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기관의 도움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민간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해 심리치료도 진행 중이다. 가끔 우울해하거나 감정 기복을 보이지만, 당찬 성격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아빠가 엄마를 죽일까봐” 꾹 참던 아이가 지금은 수사와 치료에도 적극 협조한다. 또래보다 어른스러운 편인 하윤이는 “나쁜 일이 생겨도 좋은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안다. 희망을 갖고 나중에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A씨에게 다짐했다.

■친한 지인의 아동 방임, 고민됐지만 놔둘 수는…

전화기를 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B씨는 지난해 말 친한 지인 C씨를 ‘아들을 방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관에 신고했다. 우연히 C씨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설거지는 가득 쌓여 있었고, 방마다 가득 찬 잡동사니 때문에 아이는 거실에서 생활했다. C씨의 아들 현이(가명)는 또래에 비해 많이 말랐다.

신고가 쉽지는 않았다. C씨와의 친분 때문이었다. B씨가 신고했다는 것을 C씨가 알게 되면 관계가 끊어질 수 있었다.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때마다 현이의 퀭한 눈과 마른 몸이 계속 떠올랐다. 결국 전화기를 들었다. “아이가 지낼 만한 환경이 아니에요. 아이가 너무 불쌍해요. 애 좀 구해주세요.” B씨는 신고를 하면서도 “내가 신고했다고는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 나와 관련된 이야기도 하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했다.

신고 후에 밝혀진 사실들은 심각했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C씨는 술을 마시느라 집을 자주, 오래 비웠다. 1주일에 한 번 들어갈 때도 있었다. 현이는 심각한 게임중독에 빠졌다. 온라인 수업은 출석버튼만 누르고 12시간씩 게임을 했다. 식사도 컵라면 등으로 대충 때웠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열어본 냉장고 안 반찬은 대부분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전형적인 ‘방임 학대’였다.

신고는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졌다. 기관의 개입으로 현이는 게임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기관은 C씨에게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소개해줬다. C씨는 술을 줄이고 구직 의욕을 보이는 등 달라졌다. 기관 담당자는 “두 사람 모두 처음엔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등 개입을 거부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고 연락도 잘 된다”며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동학대, ‘비신고의무자’는 없다

아동학대 신고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3만8380건 가운데 교사·아이돌보미 등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3%(8836건)에 그쳤다. 77%(2만9544건)가 이웃이나 친인척 등 이른바 ‘비신고의무자’의 신고였다. 가장 적극적인 신고자는 ‘부모’로 전체 아동학대 신고의 17.0%(6506건)를 신고했다. 아동 본인에 의한 신고도 12.4%(4752건), 이웃·친구의 신고도 4.5%(1718건)로 적지 않다. 신고 건수로만 따지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1만2389건(32.3%)으로 가장 많지만, 이 중 대다수는 신고가 들어온 학대가정을 조사 및 관리하다가 새로 발견한 재학대·형제학대 등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른 학대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최초의 신고’도 대부분 평범한 이들의 신고였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복지시설 등이 닫히면서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더 중요해졌다. 이미 올해 아동학대 발견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아동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2만59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2건 줄었다. 이동건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학대 피해를 인지하고 신고를 할 수 있는데 올해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아동학대를 가장 빨리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주변의 가족이나 이웃, 친인척이다. 가까이서 아동학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앞에 ‘비신고의무자’는 없다고 말한다. 시민 모두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장은 “아동학대가 개인의 영역이나 가정사라는 인식이 많다. 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도 CCTV처럼 주변을 보다가 학대를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이네처럼 학대 신고가 가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신고가 반드시 처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이도 부모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10월19일부터 11월17일까지 일반 시민 1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절반 가량인 49.5%는 아동학대 관련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신고와 관련된 교육은 58.6%가 받은 적이 없었고, 직장에 학대 예방·신고 관련 홍보물이 있냐는 질문에도 61.2%가 ‘없다’고 응답했다. 권 팀장은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학대 예방 교육이 더 확대돼야 한다. 직장에서 하는 성희롱예방교육처럼 의무교육으로 지정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실려온 16개월 유아가 사망했다. 앞서 3번이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 법원 등 법 집행자들의 아동학대 심각성 인식은 일반인보다 낮다. 그들이 다루는 다른 중범죄에 비해 아동학대를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동학대 사망은 예측요인이 없다. 모든 학대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같은 고통 벗어나려면

A씨는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다른 하윤이들’을 생각한다. 학대당하는 다른 아이들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난 4월 남편의 폭력에 저항하며 몇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이웃 누구도 신고하지 않은 경험이 생생하다. ‘나와 아이가 이대로 죽어도 아무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A씨는 “남들이 봤을 때는 ‘남의 가정사’라 생각하니 신고하질 않는다. 자기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도 ‘훈육’이라 넘기거나, 집안 망신이라며 묵인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목격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신고했으면 좋겠어요. 신고해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요. 이겨내는 과정 자체가 아이의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이죠. 묵인하면 피해아동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살다가 사라질 수 있어요.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해요.”

10월의 어느 날, A씨와 하윤이가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하늘에 노을이 졌다. 하늘을 보던 하윤이가 말했다. “하나님이 나를 버린 줄 알았어요. 그 아저씨(계부)가 내 방에 오지 않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한참 생각하던 하윤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님이 결국 내 기도를 들어준 것 같아요. 사람들이 도와줘서 너무 좋아요.” A씨는 오는 성탄절에 집에서 두 자녀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를 같이 볼 계획이다. 당찬 소녀 주인공이 모험 끝에 행복해지는 디즈니 만화를 하윤이는 좋아한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앵커]

아무도 가지 않는 호젓한 숲길.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오래된 거리.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을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위안을 주지만 누군가는 불만을 얘기합니다. 특히, 거기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갑자기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 길을 놓고 새로 건물을 세우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옵니다.

너무 유명해져서 더 뜨거운 갈등을 빚는 전국의 명소들을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전남 나주의 한 마을입니다.

입구부터 수목원 때문에 원주민들이 다 죽겠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요.

수목원을 가는 길이라는 표시와 함께 400m를 더 가야 한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다소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 바로 진입하다 보니, 이 좁은 농로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입 금지 표시를 무시한 채 농로를 통해 진입하는 차량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도로를 줄지어 들어갑니다.

맞은 편에서 오는 차들과 맞물리기도 하고, 농사를 지으러 오가는 주민들은 이런 차들을 피해 다닙니다.

모두 수목원을 가는 방문객 차들입니다.

[채정자/주민 : 아이고 날이면 날마다 아주 죽겠어. 여기서 저 동네 가려면 몇 번씩 내렸다가 타고 그러고 다녀.]

[이영고/주민 : 우리는 쉽게 말해서 저 수목원한테 길을 뺏겨버린 거죠.]

진출입로를 따로 안내하고 있지만, 차들이 이 길로 다니는 이유는 내비게이션 때문입니다.

[박경휘/전남 나주시 : 들어오면서 미안하긴 했어요. 내비게이션 찍고 왔어요. 초행이라 한 번도 안 와 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왔어요.]

매년 20만 명 이상 은행나무길과 수목원을 찾고 있지만 농로를 피할 수 있는 진입로 공사는 올해서야 부랴부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길을 내달라는 민원을 무시해온 탓이라는 볼멘소리가 수목원 측과 주민들 양쪽에서 모두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진철/주민 :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사업계획을 세웠어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이렇게 많음에도 나주시에서 이걸 허가를 내줬잖아요.]

[나주시청 : 도에서 (수목원) 등록해주면서 진입로 부분이든 제반 사항에 대한 것은 도에서 판단해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등록해줬을 거예요.]

[수목원 운영자 : 무료다 보니 더 많은 분이 오신 것도 있고 대처가 미흡했던 것도 인정하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주민들께 말씀드렸는데…]

도로 양쪽으로 재개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담은 현수막들이 즐비합니다.

대전 소제동의 철도관사촌입니다.

대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 지난 2009년 재개발 지역으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재개발 추진이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살던 주민들이 떠나고 빈집들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들어오며 달라졌습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하며 연간 50만 명이 찾는 대전의 명소로 탈바꿈했습니다.

덩달아 땅값이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멈춰있던 재개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찬반 의견이 맞서게 된 겁니다.

[송규철/재개발 찬성 주민 : 보상을 받으려고 그래. 그래도 한 2천만원 받거든. 그걸 받으려고…]

[김승국/관사촌살리기 운동본부 회장 : 어떻게 해서든 전체 다 살리려고 하는 거예요. 대한민국 근대문화의 유산이라는 거죠. 그 역사를 왜 없애려고 하냐는 거예요.]

원래 이쪽으로 4차선 도로가 지나가게 될 예정이었지만, 관사촌의 가치를 알아보고 활용하자는 단체들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로 하면서 일부는 남게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재개발이 진행된 이후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걱정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임윤수/관사촌살리기 운동본부 팀장 : 공원으로 조성해 대전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승인이 난 건데 공원이면 활용 방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박제화된 공원으로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전쟁기념관 앞에 있는 오래된 탱크 가져다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나들이 명소로 이름을 알린 경기도 여주시의 강천섬엔 최근 공사가 한창입니다.

맘스아일랜드라는 산모 태교 등 교육 시설을 짓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전진성/경기 수원시 : 자연친화적인 동네인데 현대화 건물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좀 경관이나 그런 거 봤을 때 부자연스럽지 않나…]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시에 중단을 요구했지만 시는 예산까지 배정된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필/강천면주민자치위원장 : 주민들은 대부분 거의 필요 없는 시설이다라고 생각하고 현재 동부교육센터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곳을 잘 가꿔나가기 위해선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들과 관련 단체 등 민간의 의견이 중요하죠.

지지체가 개발계획을 세우거나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 이러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해 일을 그르친 사례는 지금까지 너무 많았던 만큼 앞으론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VJ : 최진 / 인턴기자 : 김아라)CopyrightsⓒJTBC, All Rights Reserved.

[KBS 강릉]
[앵커]

이달 들어, 코로나 환자가 40명 넘게 발생한 철원은 사실상 지역 사회 전체가 마비됐습니다.

내일(19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돼, 충격이 더 커질 전망입니다.

현지 상황을 하초희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철원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입니다.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최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쏟아진 탓입니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길영복/철원군 갈말읍 : “청정지역이라고 그랬었는데 갑자기 발생이 돼서 많이 놀라죠. 가뜩이나 경기도가 가깝고 그러니까 더 조심을 해야 돼요.”]

초등학교 앞에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학교 학생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이 사라지면서, 학교 근처의 분식점도 문방구도 문을 닫았습니다.

[홍성숙/철원군 갈말읍 : “식당에도 안 가고 미장원도 안 가고 그냥 다 포기하는 거지.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렵고 어디 가는 것도 그렇고.”]

실내체육관을 비롯해 도심의 공공시설들은 휴관했습니다.

전통시장은 장날인데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덕임/전통시장 상인 : “사람 없어요 아주. 오늘이 장날인데 장 하나도 안 섰잖아. 보통 어려운게 아니야. 큰일 났어.”]

군청도 비상입니다.

공무원 2명이 코로나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방역 사령탑인 군수와 보건소장이 한때 자가격리됐다가 겨우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부군수를 비롯해, 철원군 공무원의 6분의 1은 아직도 자가격리 상태입니다.

보건소가 폐쇄되면서 예방접종을 비롯한 각종 민원업무도 중단됐습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철원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되면서, 유흥주점과 PC방 등 지역의 영업장 1,300여 곳이 일정 부분 영업에 제약을 받게 됩니다.

KBS 뉴스 하초희 입니다.

촬영기자:이장주

하초희 기자 (chohee25@kbs.co.kr)저작권자ⓒ KBS(news.kbs.co.kr)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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